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그 과정에서 많은 도로 및 건설공사가 국민의 편리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해 여러 지역에서 여러 형태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도로를 점용한 공사를 비롯하여 각종 공사 현장에서 주변의 교통 또는 보행에 혼잡을 야기하고, 교통사고의 위험을 가중해 지역 주민을 비롯한 도로 이용자들에게 교통안전과 소통 측면에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도로에서 이루어지는 공사의 경우 사람과 시설에 의한 적절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작용하여 차로 변경, 공사장 인식, 보행로 확보 등 안전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국의 경우 2009년도 16개 주에서 시행하던 교통유도경비제도를 2010년도에는 49개 주에서 도로공사 및 건설공사 현장에서 차량이나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교통유도경비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고속도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도로공사, 건설, 유지 보수 등 공사 구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교통유도원(Flagger)의 교통유도가 교통사고 심각도를 56%나 감소시킨다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일본은 교통유도경비제도를 1972년 ‘경비업법’을 제정하면서 교통유도경비를 경비업무 일부로 규정하였다.
일본 경비업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서는 경비업을 사람과 차량의 혼잡한 장소 또는 이들의 통행에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부상 등의 사고 발생을 경계하고 방지하는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은 교통유도경비제도를 실시하게 되면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1970년에 약 1만 6765명이던 것이 2011년에는 4612명으로 40여 년 만에 72%가 감소하였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교통유도업무와 관련하여 법이나 제도적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규정이나 지침을 굳이 찾자면 국토해양부의 ‘도로공사장 교통관리지침’, 경찰청의 ‘교통안전시설 등 설치에 관한 규칙’ 등이 있다.
문제는 이들 지침이나 규칙에서 교통유도 업무자의 호칭, 임무, 복장, 배치기준, 공사장 내 배치 위치 등도 명확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일본도 2001년 7월 21일 일본 효고현 아카시 시(市) 해안가의 불꽃놀이 행사장과 인근 아사기리 역을 잇는 육교에서 6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총 11명이 사망하고, 247명이 다치는 대규모 참사가 있었다.
우리나라도 작년 10월 29일 159명이 안타깝게 사망하고, 196명이 다친 이태원 참사도 있었다. 이후 정부와 경찰에서도 개선 대책을 발표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었다.
교통유도원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일은 공사 구간에서의 교통사고 발생을 최소화하고 교통혼잡을 감소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무런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교통 수신호를 하고 있어 오히려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도로교통법에 명시된 수신호 권한이 있는 사람은 경찰공무원(자치 경찰공무원 포함)과 모범운전자, 군사훈련 및 작전에 동원되는 부대의 이동을 유도하는 군사경찰, 본래의 긴급한 용도로 운행하는 소방차·구급차를 유도하는 소방공무원뿐이다.
그래서 교통유도경비업무를 수행하고자 하는 자에 대해 그 지식과 능력을 평가하는 교육과 검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합격증서를 교부하고 그 자질이 검증된 사람만이 교통 수신호를 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잘 보이도록 만들어진 안전 복장, 정확한 수신호와 장비, 교통유도 절차, 교통유도원의 유도 위치 등도 기준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미국은 미 연방도로국에서 ‘교통통제장치 통일운용지침’(MUTCD)를 제정하여 미국 전역의 교통 관련 시스템의 운영 원칙을 단일화했다고 한다.
특히 그 지침을 통해 교통유도원(Flagger)에 대한 자질, 복장, 수신호 장비, 유도 절차 및 공사 상황별 유도원의 위치 등 세세한 부분까지 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엄연한 선진국이다. 그러나 유독 교통유도경비분야에서는 공경비에 의존하고 있다. 공경비만으로 그렇다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충분하게 할 수 있는 현실적 여건도 안 되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공사장에서도 법에 정한 기준을 지키려 해도 법적으로 인정하는 수신호 권한이 있는 사람이 없어서 흰색 공사장 안전모를 쓰고 신호수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수신호를 하고 있다.
또 국민은 그런 법적 자격이 없는 사람들의 수신호에 따라 차량을 진행하거나 도로 횡단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행태는 선진국인 우리나라에 맞지 않아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선진국답게 교통유도 분야에서 후진적인 면을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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